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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12.31 2006     


한 해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 다시 왔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작년까지의 시간이 어디서 무언가를 배웠다기 보다는 혼자의 생각을 정리한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몇 가지 큰 배움을 얻은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올해가 다른 해와 달리 특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좋은 것들을 많이 배웠고 깨달았습니다.

건축은 저에게 어릴 때부터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졌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쓸데없이 제 분야에 대해 허식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건축가가 마치 순례자와 같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이 일은 그저 제가 평생 가지고 가는 몸의 일부와 같은 존재 일 뿐입니다.

일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습니다. 큰 규모부터 작은 규모, 속칭 건축스러운 일부터 전혀 그렇지 않은 일까지 일년 사이에 참 이것 저것 많이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들이 저에게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한 것 입니다. 배울 것 없는 일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회사일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3개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2개는 그 동안 생각해왔던 개념의 최종판과 같은 작업입니다. 나머지 한 개는 후배들과 공모전을 통한 작업입니다. 그 동안 노려왔던 신건축 공모전에 참여 하였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공모전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결과에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내년에도 다른 국제 공모전에도 참여할 것입니다. 공모전은 나중에 써먹을 거리를 가장 단기간에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얻은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에 대한 생각의 달라짐이 아닌가 합니다. 이젠 세상의 어딜 가더라도 내 식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 곳이 미국이던 유럽이던지 말입니다. 남들이 전혀 가지 않았던 곳에 도전하지 않은 것이 좀 후회가 됩니다. 교수님들이 농담처럼 말씀하신 인도나 러시아 같은 곳에 가더라도, 심지어 사막에 있는 허름한 학교라도 지금의 나라면 큰 것을 찾아내 배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런 마음이라면 이젠 공부 더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한국을 떠나도 될 것 같습니다.

2006년.
괴로운 한해 였습니다.
그래도 다른 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젠 배운 것을 검증 받을 시간입니다.
그래서 내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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